[OPIC] IH 때보다 준비 덜하고 AL 받은 후기
지원하고 싶은 활동이 있었는데, 오픽 AL이 자격요건이라 부랴부랴 조기발표 가능한 오픽을 봤다.
운이 좋게도 거의 준비를 안하고 봤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성적이 나왔다.
대신 IH 받았을 때보단 나름 학교에서 한 학기동안 영어로 계속 수업듣고, 발표할 기회가 잦았던 환경이라 자신감은 전보다 많이 올라왔던 상태이다.
1. 시험 후기
이번 시험은 둔산 SDA에서 봤다. 헤드셋, 시설 등은 그냥 깔끔했다. 따로 방음부스 없이 한 교실에 우르르 칸막이 책상두고 앉은 형태다.
일단 나의 서베이 정보는 다음과 같다.
지난 번 시험 때 학생이 맞다고 했다가 시간표 짜는 기준에 대해 두세번을 지엽적으로 묻는 콤보 질문이 나와서 매우 당황스러웠기에
이번엔 학생 아님 + 그래도 양심상 학위 과정 수업 최근에 들었다고 했다.
(1) 귀하는 현재 어느 분야에 종사하고 있습니까? → 일경험 없음
(2) 현재 당신은 학생입니까? → 학생 아님
(3) 최근 어떤 강의를 수강했습니까? → 학위 과정 수업
(4) 현재 귀하는 어디에 살고 계십니까? → 개인주택이나 아파트에 홀로 거주
(5) 귀하는 여가 활동으로 주로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12개)
→ 공연보기, 콘서트 보기, 음악 감상하기, 공원가기, 악기 연주하기, 춤추기, 수영, 걷기, 운동을 전혀하지 않음, 집에서 보내는 휴가, 해외여행, 영화보기
(6) 난이도 6-6
그리고 나온 질문 및 그에 대한 대답 키워드는 아래와 같았다.
1. 자기소개
> 점수엔 안들어간다지만 입 좀 풀겸 간단하게 40~50초 말함. 그냥 만담.
> 최근에 운전 시작해서 힘들면서도 재밌다 + 한국인들이 최근 MBTI를 자기소개할 때 꼭 말한다. 나는 ESTJ임
2. 영화관 가면 뭐해?
> (서베이를 영화로 고르긴 했지만 '영화관'에 대해 콕 찝어물어볼 줄 몰랐음.)
> 솔직히 theater가 영화보러가는거지.. 뭘 하겠냐. 난 가서 얌전히 영화보고 팝콘 먹고 온다.
> 그래도 요즘 OTT들이 유행인데, 영화관 화장실 가면 사람들의 솔직한 평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어서 좋다.
3.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관?
> 음 솔직히 한국에 있는 프렌차이즈 영화관빼고 안가봐서 잘 기억 안난다.
> 그래도 굳이 꼽자면 본가 주변에 있던 CGV가 매우 커서 오락실, 노래방 등 부대시설이 꽤 있었다.
4. 영화관에 특별한 장소가 있다면, 뭐가 있어?
> 엥 방금 부대시설 같은거 다 말했는데 ^^..
> 굳이 더 설명해주자면 피자도 팔았어..사실 피자까진 왜 파는건진 모르겠지만 의외로 맛있었다.
> 그리고 요즘 뭐 테마관 같은 걸로도 많이 꾸며서 본다더라. (ㄹㅇ 할 말 없어서 그냥 후딱 끊었다 영화관 콤보 제발 멈춰)
5. 수영 왜 좋아해?
> (준비했던 답변) 물에 잠겨서 고요해질 때 그 기분이 너무 좋다. 특히 창이 있는 실내 수영장의 경우 햇빛이 물 안으로 들어올 때 기분이 아주 좋다.
6. 누구한테 배움?
> (준비했던 답변인데 할 말이 많이 없었음) 초등학교 때 지역 문화센터에서 배움.
> 사실 어렸을 때 배운거고 방학 때마다 갔는데 선생님이 계속 바뀌어서 기억 안나. 그때도 선생님 성함도 모르고 그냥 배웠고..
7. 수영장 어디가 좋았어?
> (준비했던 답변) 시드니 아이스버그 가서 완전 뷰도 좋고, 바닷물도 들어와서 좋았던 얘기
> 근데 물 완전 짜고 햇빛 너무 쎄서 오래는 못 있었음
> 허우적거리고 있었더니 할머니들이 도와줬어. 어느 수영장을 가든 대빵인 터줏대감 할머니들은 계신가봐 (만담이 절로 나왔는데 설명하기가 빡셌음)
8. 네 집에서 무슨 룸 제일 좋아해?
> 야야 나 원룸사는데 물어보면 나 속상하다.. 돈 벌어서 큰 집으로 갈게.
> 그래도 내 집에 빌트인 많고 나름 뷰도 낫배드야 ~ 좁은 곳에서 모든 걸 다할 수 있음 ~
9 너 집 전에 살던데랑 어때? 비교해봐
> 일단 아파트 vs 원룸인거? 뭐 방 개수도 다르고, 가족들이랑 같이 살아서 두는 가구나 분위기가 다 달랐지.
10. 어릴때 네 집 설명해봐
> (9번에서 설명한 집이랑 같은 곳이라 더 할 말이 없었음)
> 9번에서 말한 집이랑 같은 곳이라고 뻐팅기면서 우김.
11. (롤플레이) 넌 지금 새로 아파트 이사왔어. 재활용 룰 3가지 이상 물어봐.
> 재활용 언제 하냐, 어디서 하냐, 분류 어떻게 되어있냐, 음쓰는 어디에 버리냐, 음쓰 버릴 때 비닐봉지 같이 버리냐 따로 버리는 곳 있냐
> (생각해보니 극현실적)
12. 너 rule 잘못 전달받고 재활용 잘못함. 빨리 suggestion을 3개 이상 해봐.
> (사실 상황 제대로 파악 못함) 엥 난 말해준대로 열심히 재활용했어 엥 내가 뭘 잘못한 건데...
> (그래서 일단 상대방과 대화한다는 가정하에, 뭔진 몰라도 나한테 꿍시렁댄다고 생각하고 리액션 하듯이 Ok...를 다섯번 정도 말함)
> (그 사이에 내가 뭘 잘못했는지 지어냄)
> 일단 내가 잘못했다면 미안하다. 내가 다른 동 쓰레기 장에 버렸다는거냐. 근데 이거 헷갈릴만 했다
> 엘레베이터에 안내 붙이기 / 쓰레기장에도 안내 붙이기 / 안내방송으로도 한번 해줘라.
13. 넌 재활용하면서 힘든 거 없었냐
> 나도 한국인이라 그런지 불닭, 엽떡 같은 매운 음식에 미쳐있다.
> 그리고 한국인은 배달의 민족 아니냐. 근데 배달 그릇 닦기가 의외로 빡세다. 경비 아저씨 만날 때마다 마음이 쫄깃하다.
> 그래서 최근에 다이소에서 일회용 수세미사서 닦는데 잘 닦이더라 강추
14. 친구든 가족이든 네 주변 사람 두 명을 비교해봐.
> 상상도 못한 질문이네. 우리 부모님 설명 ~
15. 요즘에 네 친구나 주위 사람들이랑 뭐 말함?
> 뭐.. 취업 얘기하지 뭐 ~ 아무래도 젊은 청년들이다보니 당장 졸업 후의 진로에 대해 얘기 많이 해~
내가 생각한 나의 차이점은 filler에 집착하지 않았다는 점?
답변의 길이나 structure 자체가 깔끔하진 못했지만, 오히려 즉석에서 내가 정말로 생각하고 답변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예를 들어서 '수영'을 서베이로 골랐다면 당연히 '수영 왜 좋아하냐?' 라는 질문은 나올 수 있으니, 그럴 때 준비해 간대로 유연하게 말하는 건 좋다.
하지만 '영화관에 무슨 부대시설이 있어?' 라는건 당연히 준비를 하거나 외워갈 만한 범주가 아니고, 잠깐 상기시킬 시간이 필요한 질문이다.
그럴 때 오픽 필러 모음.. 같은 글에 나오는 you know what,과 같은 외운 필러를 꼭 쓸 필요는 없다.
의외로 약 3초의 침묵이 엄청나게 길진 않으니 천천히 생각나는 대로 말을 시작하면 될 것 같다.
오픽에서 던지는 질문들이 생각보다 2분 채우기 쉬운 답변들은 아니라서 적당히 생각나는 대로 떠들면 얼추 맞는다.
구조화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서론 > 본론 > 결론의 틀을 꼭 따르기 보다도,
떠오르는 대로 꼬꼬무처럼 말하되, 질문의 요지에서 과도하게 벗어나지만 않게 + 청자가 내 맥락을 따라올 수 있게만 해주면 좋을 것 같다!
2. 준비 방법
> 내가 첫 오픽 시험봤을 때 썼던 방법이다.
지금은 오픽 시험의 틀 자체가 낯설진 않아 여우오픽 두 개정도만 돌리고 갔던 것 같다.
대신 딱 2~3일 정도 걸어다닐 때, 운전할 때 등 이동 시간에 무조건 영어로만 '생각'을 하려 애썼다.
특히 차에선 혼자서 맘대로 떠들 수 있으니 생각나는 걸 무진장 뱉어댔다.
그럼 기분이나, 상황을 설명하다 어느 부분에서 막히는지 도착하자마자 우다다 적고 gpt한테 대체할 표현 10개 부탁한다.
그 중에 입에 붙는 거 4~5개만 좀 더 외워간다.
예를 들어 어려웠다, 힘들었다. 라는 표현을 나는 자꾸 Struggling with...~ 만 쓰는 버릇이 있었다.
그럼 have a hard time, face problem, deal with issues 등을 외우고
'최근에' 라는 표현을 nowadays로 다 가져다 붙이는 습관이 있어서
recently, these days, recent moments, over the past few week/month. 등을 숙지해뒀다.
어차피 grammar 같은 걸 단기간에 왕창 성장시킬 순 없기도 하고, 다양한 표현을 돌려쓰는게 스스로 자신감이 올라가는 기분이라
본인이 어려워하고, 턱 막히는 포인트를 자꾸 뱉어보며 찾는게 정답인 것 같다.
오랜만에 어학시험을 보기도 했고, IH-AL 차이점이 잘 체감되지 않았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역시 자신감으로 솔직하게, 다양하게 답변하는게 오픽에선 중요한가보다.
나도 어학성적은 여차저차 받았지만, 꿈꾸는 것들을 이뤄내기 위해선 꾸준히 영어 공부를 더 해야겠다.
다들 희망하는 성적 잘 받으시길!